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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동향

[정책 및 기술동향] 요란했던 메타버스는 다 어디로 갔을까
2025.07.18

“요즘 고글 쓰고 일하는 사람들, 도대체 뭘 보는 걸까?”

 

몇년 전,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세상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모두가 그 세계에 뛰어들어야 할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메타버스는 조용해졌습니다. 관심도, 투자도 잠잠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묵묵히 진화 중이었습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닮은 또 다른 디지털 공간, 또는 그 안에서 사람들이 아바타로 소통하고 활동하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제페토, 로블록스 같은 3D 가상공간 플랫폼, 메타(구 페이스북)의 가상 오피스, 회의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때는 ‘미래의 삶의 터전’처럼 주목받았지만, 현실과의 거리감, 콘텐츠의 부족, 장비의 비싼 가격, 팬데믹 종식 이후의 관심 분산 등으로 급속히 열기가 식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작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흩어졌습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쪼개진’ 것

 

‘메타버스’라는 큰 개념 안에 있던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디지털 트윈 같은 기술들은 이제 각자의 이름으로, 각자의 쓰임새로 세분화하여 진화하고 있습니다.

 

VR은 게임기에서 원격 협업 기기로, AR은 스마트폰과 글래스를 통한 정보 레이어로, MR은 현실과 가상이 함께 작동하는 산업용 도구로. 우리가 ‘메타버스’라고 불렀던 것들은 이제 더 조용히, 더 실제적으로 우리 삶에 들어오고 있는 중입니다.

 

고글을 쓰면 뭐가 다를까?

 

여기서 말하는 ‘고글’은 스키 고글이나 보안경이 아닙니다. 머리에 착용해 눈앞에 화면을 띄우는 VR/AR 전용 장비입니다. 흔히 헤드셋 또는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부르죠. HMD란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비로, 눈앞에 가상 정보를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VR 고글, AR 글래스 모두 HMD에 포함됩니다. 고글을 쓰면 눈앞에 ‘모니터’가 붙어 있는 느낌. 손을 움직이거나 고개를 돌려 공간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메타의 퀘스트3 (Quest 3), 애플의 비전 프로 (Vision Pro), 삼성·구글의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기기들은 예전보다 훨씬 가볍고, 선명하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손짓이나 눈동자 움직임만으로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걸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제품의 3D 모델을 눈앞에 띄워 실물처럼 점검하거나 가상의 장비를 조작하고 진단하거나, 현실 공간 안에 동료 아바타가 함께 있는 것처럼 회의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이 이미 일부 기업에선 현실이 됐습니다.

 

아직 낯설지만, 알아야 할 이유

 

중장년층에겐 AR, VR, MR이 여전히 낯선 기술일 수 있습니다. 직접 써본 경험도 적고,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도 강하죠.

 

하지만 지금의 기술은 직관적인 조작, 낮아진 가격, 가벼워진 착용감 덕분에 ‘써볼 만한’ 도구로 바뀌고 있습니다. 곧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처럼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이 기술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우선 일터에서는 고장 진단, 설비 교육, 안전 점검 등 ‘현장감 있는 협업’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여행지 안내, 외국어 소통, 가정용 트레이닝 등 ‘몰입형 정보’ 제공 도구로 쓸 수 있죠. 은퇴 후 노년기에는 치매 예방, 재활 훈련, 정서적 연결 등 새로운 건강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항상 젊은 세대가 먼저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기술이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생각보다 빠릅니다. 지금은 낯설어도 곧 익숙해질 그 미래의 도구들을 우리는 천천히 알아두면 됩니다.

 

한겨레 / 곽노건 한양대·동국대 겸임교수/비피엠지 이사

원문 :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2086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