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원화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간 주도권 쟁탈이 뜨겁다. 스테이블코인 협의체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에 벌써 8개 은행이 경쟁적으로 합류하면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새정부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쏘아올린 기대감이 은행권의 새로운 시장기회 잡기 경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자칫 스테이블코인 출발부터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 시스템, 코인(암호화폐) 관련 기술 기업 등 다양한 기업 생태계를 위한 생산적인 협력 논의가 아니라 은행들을 위해 펼치는 그들만의 잔칫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일단, 은행들 주도로 모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 주장처럼 정부 기본 규제사항인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확인(KYC) 등을 위해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규제 요건 때문에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까지 도맡아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 나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이지만 각국 정부가 허용하고 나선 것은 국가 통화에 연동되는 안정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인 투자자나 보유자처럼 특정인들이 아닌, 일반인까지 결제나 송금 등에 널리 쓸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더 주목받는 것이다.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기술이론상 은행들이 내세우는 고객확인이나 안정성은 태생부터 더 우수하다. 단지, 그것을 기존 은행처럼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지 않고, 망 자체 구성이 이 요건을 보장하게 된다. 물론 비밀성과 보안성 강점을 역이용한 자금세탁이나 차명거래 등은 따로 예방 대책 등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이용 확산 과정에는 핀테크기업은 물론 블록체인기술 기업까지 광범위한 참여와 협력이 보장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 정부도 특정 업권에 초기 권한을 몰아주는 식의 접근으로 기존 금융·결제시장에서 나타났던 불합리를 그대로 답습해선 안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특정인의 백신 접종 횟수와 발병 기록 등을 관리·인증해주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호평을 얻은 바로 그 기술이다. 스테이블코인 또한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해외 선도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추는 신기술 시험대가 되는 것이 옳다.
스테이블코인이 우리나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 성장의 다음 페이지를 여는 열쇠가 되길 기대한다.
전자신문 / 이진호 기자
원문 : https://www.etnews.com/20250622000053?SNS=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