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롯데이노베이트가 메타버스 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메타버스는 한때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거센 조정기를 지나며 실효성과 수익성 논란에 직면한 만큼 양사의 행보가 이채롭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단순히 가상의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공간지능·디지털트윈 등 현실과 맞닿은 기술 확장 가능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롯데이노베이트는 현재 각각 ‘제페토’와 ‘칼리버스’를 통해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게임 기반 서비스로, 일정 수준의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
네이버는 1분기 콘텐츠 부문 실적 발표에서 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의 연결 제외 효과를 감안, 콘텐츠 매출이 전년비 6.7%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제페토를 포함하면 증가폭은 2.9%에 그친다. 제페토를 포함하고 있는 스노우의 매출은 전년비 34% 감소한 235억원을 기록했으나, 제페토를 제외하면 18.4%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제페토가 전체 콘텐츠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이노베이트 역시 자회사 실적 부진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비 3% 증가한 2,848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2.3% 감소한 70억원에 그쳤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1.4% 증가해 170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실적에 메타버스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여전히 메타버스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기술적 전환점’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양사는 현재 자율주행 셔틀, 실내 주행 솔루션, 고정밀 공간지도 등 메타버스의 실용적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가상 세계 구현을 넘어, 현실과 정교하게 연결된 기술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진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롯데이노베이트다. 이 회사는 2021년 운전석이 없는 'B형 자율주행차'에 대해 임시운행허가를 취득한 뒤, 강릉·경주·순천 등 지자체와 협력해 실도로 운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B형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시속 40km 주행 허가를 받아 누적 5만km의 실적을 달성했다. 차량 기술 역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차로 유지·변경, 돌발상황 대응 등 자율주행 기술 전반에 더해, 라이다와 영상 기반 AI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한 신호·객체 감지 기능도 확보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각종 안전 인증도 모두 통과한 상태다.
네이버는 실내 자율주행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자회사 D2SF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 ‘웨어러블에이아이’는 고정밀 지도 없이도 작동 가능한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자기 지도학습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 도로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율주행 차량 10대를 시험 운행 중이며, 올 상반기 정식 운영이 예정돼 있다.
네이버는 이러한 기술을 자사의 지도 플랫폼, 공간지능, 디지털트윈 기술과 결합해 고도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과 협약을 체결해 국가 공간정보와 네이버랩스의 3D 지도 기술,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실내외 통합 경로 안내, 스마트시티, AR·VR 등 실생활 밀착형 서비스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비전 학회 CVPR 2025에 자율주행·로봇비전 관련 논문을 다수 등재하며 기술 내재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트윈 기술도 넓은 의미에서 메타버스의 한 축"이라며 "단순한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공간을 정밀하게 디지털화해 인간과 기계가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고차원 기술인 만큼 단지 칼리버스나 제페토 같은 서비스로만 메타버스를 단정 짓는 것은 협소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 단기 유행처럼 번졌던 메타버스는 XR, 디지털트윈, 자율주행과 융합되며 재편되는 중”이라며 “수익성 논란은 여전하지만, 공간지능과 실시간 정보처리 기술이 고도화되면, 결국 산업과 연결되는 실질적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R 타임스 / 윤서연 기자
원문 : https://www.sr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77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