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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동향

[정책 및 기술동향] ‘세금’만 보는 정치 VS ‘기술’을 보는 유저···과거에 멈춘 블록체인 공약
2025.05.20

코인을 둘러싼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가격과 세금에 머문다. 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유저들은 기술을 분석, 프로토콜에 참여해 체인을 공동 운영하는 ‘기술 사용자’로 진화하고 있다. ‘루나 사태’ 이후 형성된 커뮤니티 기반 기술 문화는 더욱 정교해졌지만, 대선 공약과 제도는 여전히 이들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규제와 완화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이용자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실명 확인 이용자 중 30대 비중이 28.8%로 가장 높았다. 일부는 단순 매매를 넘어 디파이(DeFi), 거버넌스 투표, 스마트 콘트랙트 검토 등 기술 기반 활동으로까지 참여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2022년 루나·테라 붕괴 이후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는 체인 구조와 코드를 직접 분석하려는 자발적 활동이 확산했다. 특정 체인의 합의 방식이나 이더리움 가스비 구조와의 차이, 검증자 분포,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참여율, 브릿지 보안성 등을 주제로 한 기술 토론도 활발하다.

 

최근 신규 상장 예정 코인의 스마트 콘트랙트를 사전에 분석해 백도어 등 위험 요소를 검토, 커뮤니티에 경고를 공유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단순 보유자를 넘어선 기술 검증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깃허브 커밋, 체인 업그레이드 이력, 총예치자산(TVL) 추이 등 기술 지표를 기준으로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치권 공약은 여전히 기술적 시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 상향, 투자자 보호 시스템 정비, 상장 규제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국산 블록체인 개발 생태계 조성이나 분산신원인증(DID), 온체인 인증 등 기술 생태계를 뒷받침할 정책은 드물다는 것이다.

 

2025년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통합 감시 시스템 구축’, ‘거래 수수료 인하 유도’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과 함께 ‘1거래소-1은행 원칙 폐지’, ‘기업·기관 가상자산 투자 제도화’, ‘토큰증권(STO) 법제화’ 등을 약속했다.

 

양측 모두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커뮤니티 기반 기술 성장에 대한 제도적 관심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DID, 온체인 인증 같은 인프라 강화 공약은 여전히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디지털자산 규제법안(MiCA)으로 암호자산 발행·제공자에 대한 등록 요건, 기술 기준, 공시 의무를 규정했다. 디지털회복력법(DORA)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포함한 ICT 인프라의 보안·회복력 기준을 법제화했다. 미국은 SEC와 CFTC가 디지털 자산의 증권 또는 상품 여부를 두고 규제 권한을 조정, 법적 판단을 중심으로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국내 커뮤니티 분위기는 더 앞서 있다. 디스코드, 텔레그램, X(트위터) 등지에선 특정 프로젝트의 밈코인 상장을 앞두고 단순한 ‘가격 펌핑’ 기대를 넘어서 토큰 발행량, 디플레이션 구조, 커뮤니티 풀 배분 방식 등까지 분석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zkSync 기반 프로젝트 유동성이 특정 DEX에 몰리는 이유, Cosmos IBC 구조에서의 스테이킹 감소 요인, 아발란체 하위체인의 밸리데이터 설정이 보안에 미치는 영향 등 난이도 높은 기술 주제가 비정기적으로 논의된다.

 

정치권은 이제 더 이상 가상자산을 단순한 ‘투기성 자산’으로만 보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 중심의 공약이 대부분이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나 커뮤니티 생태계 지원에 대한 구체적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제는 우리가 체인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며 “디파이 투표, 거버넌스 제안서 분석,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참여까지 하는 유저를 더 이상 투기꾼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여전히 ‘얼마 벌었냐’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는 ‘이 체인이 3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본다”며 “세금 얘기만 반복하는 대선 공약은 결국 사용자도 시장도 놓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뉴스투데이 / 김진영 기자

원문 : https://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9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