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멈춰 있던 카카오의 블록체인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자체 블록체인 ‘클레이튼’ 이후 뚜렷한 후속 움직임이 없던 카카오는 최근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TF를 출범하고 새로운 전략 검토에 들어간 모습이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신규 블록체인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TF는 매주 회의를 열고 있으며,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실무 추진 조직도 함께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가 블록체인 관련 전략을 공개적으로 논의한 건 약 2년 만이다. 지난 2019년 출범한 자체 퍼블릭 블록체인 ‘클레이튼’은 한때 ‘국산 블록체인 대표주자’를 자처했지만, 글로벌 확장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주도권을 상실했다. 지난 2023년에는 네이버 라인의 블록체인 핀시아와 통합되며 통합 체인 ‘카이아(KaiA)’가 출범해 카카오는 이름만 남긴 상태다.
카이아는 현재 일본 라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이 보유했던 지분 상당수가 일본 법인으로 넘어간 상태이며,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는 운영에서 빠져 있다. 카이아 거버넌스 카운슬에 카카오와 카카오페이도 참여하고 있지만, 라인·라인넥스트가 실질적으로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카이아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USDT)와 협력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섰다. 테더는 카이아 체인을 아시아 전략의 주요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카카오가 다시 스테이블코인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했고, 실제로 이 시기 카카오페이 주가는 2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카카오는 카이아와 별개로 내부 TF를 새로 꾸려 독자 노선을 택한 모습이다.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 경험이 있는 카이아와 협력하는 대신, 별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하고 그룹 단위의 전략 검토를 시작했다.
카카오가 다시 블록체인 전략을 꺼내든 배경에는 국내외 디지털자산 제도 변화가 있다. 지난 6월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을 담는 등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허용 여부와 조건을 구체화하고 있다. 당정도 하반기 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규율 체계 정비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블록체인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면서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메인넷을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결제 및 금융 네트워크에 특화된 그룹 자산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에 집중하려는 기조다.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카카오뱅크와, 간편결제 및 지역화폐 경험이 있는 카카오페이가 중심이 되는 것도 이 같은 구상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TF가 구성되어 역량을 모으고 있다”며 “아직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국내외 동향과 전략 방향성을 살피는 등 초기 단계”라 전했다.
IT 조선 / 원재연 기자
원문 :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3092145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