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천안에 구축한 '메타버스 디지털 팩토리'를 기반으로 제약 공정에서의 혁신을 꾀하는 모양새다. 가상 공간에서의 단순한 공장 제어를 넘어 의약품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품질과 완성도를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종근당 변형원 생산본부장은 지난 9일 의약품품질연구재단이 개최한 제10회 의약품 품질 규제과학 콘퍼런스에서 '제약공장에서의 메타버스와 디지털팩토리 구축 사례'를 통해 종근당 천안공장에 구축한 메타버스 및 AI 활용 전략을 소개했다.
메타버스 팩토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제 공장과 동일한 쌍둥이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축하는 통합 가상 플랫폼이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장비와 메타버스 솔루션을 활용하여 공간적 제약 없이 실제 생산현장과 동일한 수준으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종근당은 이미 천안 공장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실제 공장을 3차원으로 가상화한 '메타버스 디지털 팩토리'를 구현했다.
주요 생산설비를 비롯해 클린룸 환경, 센서 데이터·CCTV 등 운영 정보와 연동된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현했고, ERP·PIMS·REMS 등의 주요 시스템과 통합을 이뤄내 작업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가상 공간에서 설비 가동 상태, 이상 유무, 온습도 등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핵심 설비들의 HMI(Human Machine Interface) 패널까지 메타버스 상에 재현함으로써, 다중 설비의 병렬 감시 및 이상 감지 기능이 확보됐다.
다시 말해, 단순 모니터링 기능을 넘어 제조 공정 과정에서 작업자가 개입해야 하는 경우에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가상 공간에서 제어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이러한 제어 기능은 아직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진 않고 있다. GMP 상의 규제와 밸리데이션(Validation) 체계상 실사용이 제한돼 있는 까닭에 현재는 시뮬레이션 및 모니터링 중심으로 운용 중이다.
주목할 점은 종근당의 경우, 기존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넘어 제약 공정에서의 혁신을 꾀한다는 것이다.
변형원 생산본부장은 "메타버스 디지털 팩토리 구축을 통한 궁극적인 목표는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측적 공정·품질관리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여태까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도 활용되는 양은 일부였지만, 여기에 AI를 접목시켜 보니 꽤나 흥미로운 결과들이 도출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기존에는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제조소 온도를 30~60도 사이로 다소 러프하게 잡았는데, AI를 돌려보면 최적의 온도 값을 40~60도로 좁혀보라는 조언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처리해 여러 가지 변수들을 도출하고, 최종 제조에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을 수동으로 조절함으로써 가상 생산 예측 결과를 시뮬레이션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품질 예측과 공정 변수 최적화를 이뤄낼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비효율을 줄이거나 완성도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타버스 기반 협업 구조를 통해 생산 담당자와 QA, 엔지니어, 관리자 간의 실시간 원격 협업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 식약처가 진행하고 있는 해외제조업소 비대면 조사와 같이 기관 실사도 'Virtual Audit' 형태로 대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외부 방문객에게 가상 공장을 통해 생산 현장을 간접적으로 공개하는 기능도 활용되고 있다.
변 생산본부장은 "지금까지 수집해 놓고 활용하지 못했던 데이터의 잠재력을 AI가 끌어올리고 있다"며 "종근당은 궁극적으로 품질 예측과 공정 최적화, 신제품 스케일업 시뮬레이션까지 포괄하는 지능형 공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팜뉴스 / 김응민 기자
원문 :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1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