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교육, 의료, 쇼핑, 감각 경험까지, 기술은 이제 가상 공간이 아닌 실생활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개최된 ‘MVEX 2025(메타버스 엑스포)’ 현장은 이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각 기업은 기술의 성능보다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해부학 실습처럼 전문 교육에 활용되거나, AI 기반 디지털 패션 체험처럼 소비자의 선택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인터페이스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공간처럼 함께 걷고 속도를 맞추는 감각적 체험도 등장했다.
해부학 실습이 HMD 속으로 들어왔다
VR 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 정밀한 인체 해부 구조가 펼쳐졌다. 메디컬아이피는 실제 의료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3D 해부 콘텐츠를 현장에서 직접 시연했다.
현장 관계자는 “고해상도 카데바 이미지와 비교하면서, 사용자가 장기를 회전하거나 해체해가며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6,500개 이상의 인체 구조물을 전신, 부위, 계통별로 나눠 정밀하게 설계했다. 단순한 시각화에 그치지 않고,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몸속 구조를 탐색할 수 있는 몰입형 환경을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
현장에서는 두 명 이상이 같은 콘텐츠를 함께 다루며 실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업 방식도 일방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구조였다.
함께 걷는 메타버스, 감각도 공유한다
전시장 한쪽에선 두 명의 체험자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가 선보인 전 방향 트레드밀 기반 보행 인터페이스다.
사용자는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는 얇은 트레드밀 위를 걸으며, 가상 공간 속에서 상대와 자연스럽게 동선을 맞췄다. 실내에 있지만 함께 산책하는 듯한 감각이 전달됐다.
기술 책임자는 “단순한 이동 기술이 아니라, 걷는 속도와 방향을 맞추는 행위에서 어떤 정서적 연결이 생기는지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걷는 행위 그 자체가 상대와 감각을 공유하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는 두께 24cm의 얇은 형태로 제작됐고, 초당 4미터의 빠른 보행도 거뜬히 소화했다. 내부 기어 메커니즘은 회전 방향 전환도 부드럽게 처리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
AI가 만든 옷, 아바타가 고른다
돌핀인캘리는 관람객이 직접 스타일을 고르면, AI가 제작한 옷을 아바타가 실시간으로 착용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부스에선 텍스타일 디자인, 3D 커스터마이징, 실시간 쇼케이스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됐다.
AI가 만든 패턴이 즉시 3D 의상으로 제작되고, 이 옷이 아바타에 반영되는 순간까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브랜드 콘셉트를 반영한 디지털 런웨이도 눈에 띄었다. 실제 모델 없이 아바타가 무대에 등장해 의상을 바꾸는 장면은 하나의 공연처럼 연출됐다.
현장 관계자는 “교육, 유아 체험, 브랜드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실습형 소프트웨어를 통해 XR 기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진입 장벽도 크게 낮췄다. 복잡한 설정 없이 터치 몇 번으로 아바타를 꾸미고 옷을 입히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전문가만 다루는 기술이라는 인식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기술을 사용자가 직접 체험해보는 경험에 집중한 자리였다.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이 기기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일상 속 XR을 체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확인한 현장이었다.
애플경제 / 김예지 기자
원문 : https://www.apple-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7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