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서 ‘정보’는 곧 ‘무기’다. 24일(현지 시간) 코인텔레그래프는 알테리(Alteri.io)의 스콧 레어(Scott Lehr)가 쓴 컬럼을 통해 “온체인 지갑 분석이 블록체인 기술의 프라이버시 기능을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만트라(Mantra)의 OM 토큰이 몇 시간 만에 90% 폭락한 사례는 이른바 ‘지갑 인텔리전스(wallet intelligence)’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갑 인텔리전스란 블록체인 지갑의 거래 내역과 자산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 등은 이 기술을 활용해 거래 패턴을 분석하고 △시장 예측 △불법 자금 추적 △컴플라이언스 준수 감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정보 접근권을 가진 이들은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양날의 검이다.
투명성이 만든 ‘지갑 감시’의 그림자
지갑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블록체인의 익명성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모든 거래는 흔적을 남기고, 고급 분석가는 이 흔적을 추적할 수 있다. 이는 규제기관이나 거래소가 불법 자금 추적에 활용하는 동시에, △프라이버시 침해 △검열 △지갑 차단 등 권력 남용의 도구로도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OM 토큰 폭락은 이런 위험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 트레이더가 바이낸스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대규모로 취한 뒤 유동성을 조작해 연쇄 청산을 유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OM의 유통 물량 중 90%가 내부자에게 집중돼 있었고, 장외 거래의 투명성도 낮아 시장 붕괴가 가속됐다.
‘FTX 사태’ 이후 지갑 정보의 힘 재확인
FTX 붕괴 당시에도 지갑 정보는 주요한 단서였다. 당시 금융 당국과 내부 감사는 조기 경고를 놓쳤지만, 일부 커뮤니티 분석가는 지갑 움직임을 통해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 간의 연결고리를 지적했다. 이후 유출된 재무제표와 대규모 출금 사태가 터지며 진실이 드러났다. 블록체인 분석가들은 고객 자산 수천억 원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FTX 내부의 자산 남용 실태를 밝혔다.
이는 지갑 분석 기술이 거래소, 정부, 해커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까지 포함해 광범위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감시 자본주의로 흐를 위험성도 커져
지갑 인텔리전스는 가격 조작이나 여론 조작에도 활용될 수 있다. 분석 데이터를 일부만 노출하거나, 의도적으로 특정 지갑을 지목함으로써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을 독점하는 소수의 기업이 △지갑 차단 권한 △수상 거래 판단 기준 △정보 해석 권력을 독점할 경우, 탈중앙화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생태계는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 △분산형 분석 도구 개발 △프라이버시 강화와 책임성의 균형 등을 고민해야 한다.
지갑 분석 기술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기술의 활용 주체와 방식에 따라 그것은 생태계의 안전망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생태계를 뒤흔드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크립토 커뮤니티가 해야 할 일
이러한 기술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대하다. 지갑 인텔리전스 도구가 더 강력해질수록, 규제 심화, 표적 집행, 그리고 정보를 선행 입수한 행위자에 의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수 있다. 통제 장치 없는 투명성은 폭정으로 변질될 수 있다.
지갑 인텔리전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술이 어떻게 관리되고, 누가 접근할 수 있으며, 그것이 탈중앙화를 강화할지 혹은 훼손할지가 이 생태계에 도움이 될지 해를 끼칠지를 결정할 것이다.
블록체인 사용자들은 탈중앙화가 곧 안전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추적되고 해석되며, 심지어 무기화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규제 당국은 이를 규제하기 전에 기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행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된다.
개발자들은 데이터 권한을 소수 기업이 아닌 네트워크 전체에 되돌려주는 탈중앙형 지갑 인텔리전스 플랫폼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프로토콜 설계자들은 책임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아키텍처에 기본 내장해야 한다.
블록미디어 / 이은서 기자
원문 : https://www.blockmedia.co.kr/archives/914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