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 이제는 제도와 인식이 따라와야 할 때입니다.”
2025년 4월,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제4대 이사장에 취임한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이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사회적 신뢰 기반 위에서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전환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 이사장은 데이터 인프라 솔루션 기업 웨이브릿지의 공동창업자이자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플랫폼 ‘Dolfin’을 개발하며 산업 현장을 선도해온 인물이다.
그는 조합의 새로운 비전으로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전략 거버넌스 플랫폼’을 제시하며, 블록체인의 제도화와 공공 신뢰기반 구축, 민관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조합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은 오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이사장으로서의 소감은?
무엇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박훈희 초대 이사장님을 비롯해 최성원, 이준복 전임 이사장님들의 헌신 덕분에 조합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은 기술 성숙을 넘어 제도적 안착을 시험받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술력과 인재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과 실생활 사례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장직을 맡게 된 것은 단순한 직책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조합의 사명을 보다 확장적으로 실현해야 할 때입니다.
Q. 현재 블록체인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입니까?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과제는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사회적 신뢰 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와 투자에 대해 정부가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기업들이 실제 시장 참여에 소극적입니다. 이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입니다. 법인의 안전한 시장 참여를 보장할 제도 설계가 시급합니다.
또한 AI 기술의 확산과 함께, 데이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생성형 AI의 콘텐츠 출처,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과 같은 변조 불가능한 기록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과 시장의 속도에 정책이 발맞추는 ‘적시성 있는 제도 설계’입니다. 기술도, 기업도 준비돼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와 제도가 따라가야 할 때입니다.
Q. 블록체인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회 전반에 ‘신뢰’를 재정의할 수 있는 혁신 도구입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정보의 진위 확인, 데이터 소유권 검증, 디지털 콘텐츠의 출처 추적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제에 블록체인은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계약을 통해 데이터 사용권을 자동 관리하거나, 생성형 AI 콘텐츠의 원본 기록을 블록체인에 남기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또한 의료·교육·행정·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체감 가능한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구조를 벗어나 참여 기반의 신뢰 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시민이 정보의 주체가 되고, 기업은 데이터 활용의 책임을 갖게 되며, 정부는 보다 투명한 공공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역할 변화도 눈에 띕니다. 단순한 기술 채택을 넘어, 가상자산 운용과 투자 참여 등 블록체인 생태계에 직접 관여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이 금융 인프라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Q. 조합의 향후 방향과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은 단순한 산업 연합체를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의 제도화와 지속 가능성을 이끄는 전략적 거버넌스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조합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첫째, 조합원 중심의 실질적 비즈니스 연대를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정책 소통 채널을 공고히 구축하겠습니다. 셋째, 국내외 협력 생태계를 확대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하겠습니다.
지금은 기술 적용 단계를 지나, 블록체인이 사회 시스템과 경제 질서를 재구성하는 단계로 진입한 시점입니다. 어느 때보다도 책임 있는 기술 활용과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블록체인은 단기적 유행이 아닌,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업계 종사자 여러분이 기술에 집중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장기적 신뢰를 쌓아간다면, 조합은 그 여정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중소기업뉴스 / 이권진 기자
원문 : https://www.kbiz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