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록체인법학회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한 홍은표(53·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암호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냉소적 인식을 우려했다.
대법원 형사총괄연구관 등 법관으로 20년 재직한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연수 시절 블록체인에 눈을 떴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그가 마주한 현실은 정반대였다. 가능성보다는 규제, 미래보다는 억제의 논리였다.
홍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단순한 투기 대상으로 보는 시선을 넘어서, 새로운 경제 질서를 여는 열쇠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학회가 법과 정책의 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취임 소감 및 학회 운영 계획은
블록체인법학회는 2018년에 처음 창립됐는데, 당시에는 매우 활기차고 논의를 주도하는 학회였다. 그 시기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며 투자와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던 때였고, 관련 제도나 법적 논의를 이끌어가는 곳이 많지 않아 학회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블록체인 업계가 다소 침체됐고, 그와 함께 학회의 활동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세운 목표는 학회의 재활성화이다. 학회에는 역량 있는 많은 분이 계시는데 그분들의 에너지가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다. 학회를 통해 분산된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해 학회가 법과 정책의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
- 블록체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가 존재한다. 명확한 금지 법령은 없지만, 법인이 암호자산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거나 거래소가 은행과 자유롭게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실상 산업 발전을 억제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기 어렵다. 미국은 암호자산을 자국 금융 시스템 보완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너무 부정적인 시각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기술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고, 그 가능성을 사회적으로 수용할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제 세미나 등을 통해 세계 논의를 소개하고 국내 인식을 전환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 법안 논의가 활발하다
회장 취임 이후 첫 세미나에서도 다뤘던 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자국 채권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장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와 연동된 디지털 자산인데, 그 담보 자산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활용한다. 이는 국채 수요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은 암호자산을 억제하기보다는 자국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도 한국형 스테이블 코인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 블록체인 기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한국정보법학회 활동을 하면서 IT 법, 소프트웨어 관련 법제를 공부하면서 신기술과 법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6년 전 법관으로 근무하던 중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유학할 기회를 얻게 됐고, 그곳에서 이벤 모글린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됐다. 그분은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주도한 분으로, 블록체인이 중앙집중형 데이터 시스템을 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한국에 돌아와 블록체인 법학회를 함께 창립하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히 금융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보안성을 극대화해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하고 있고, 이더리움은 컴퓨팅 기능을 내장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지금 대부분 금융과 연결돼 있지만, 앞으로 인공지능,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될 수 있다. 생각보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는지가 중요하더라.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시아경제 / 안재명 기자
원문 : https://www.asiae.co.kr/article/2025042815460970393